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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어승생과 빙담(氷潭)과 폭포

이 름

강문규

어승생오름과 그 서쪽에 있는 아흔아홉골로 이어지는 곳은 한라산의 또다른 비경이 숨겨져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어승생오름 분화구는 습지로 형성돼 있는데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아름다운 정원처럼 눈맛을 즐겁게 하더군요. 비가 적은 가을이어서 그런지 분화구는 바짝 말라 있었지만 옛날에는 산정호수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3호로 지정되어 있는 '탐라지도병서(耽羅地圖倂序)를 보면 '빙담(氷潭)은 어승생오름에 있고 남쪽 냇 밑에 돌이 깔려져 있어 수백보가 될만 한데 맑게 흐르는 물은 여울져 소용돌이치며 흘러 가는데 그 위에 한 폭포와 한 연못을 이루고, 좌우 암석의 수목은 서로 그늘져 그윽하기만 하다'는 설명이 보입니다.

이 글로 보아 어승생오름에 있다고 하는 氷潭은 분화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빙담이라고 한 것은 기록자가 겨울철 호수에 물이 얼었을 때 관찰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쪽 냇(하천) 밑에 맑게 흐르는 물이 폭포와 연못을 이룬다고 했는데, 어승생오름과 아흔아홉골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선녀폭포와 탐사팀이 탄성을 올리며 감상했던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탐라지도병서'는 1709년(숙종 35)에 이규성(李奎成)목사 등에 의해 목판본으로 제작된 것으로 지금은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에는 제주도의 전역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당시 제주에는 중요한 오름은 거의 표기돼 있으며, 상당히 정확해 후세사람들은 이 지도를 표본으로 삼아 제주지역에 관한 이해를 넓혀 나가게 됩니다.

어승생오름의 빙담이 소개되었듯이 한라산의 오름중 비고가 가장 높은 어승생은 당시 지도 제작에 나섰던 선인들이 자주 오르내렸던 오름으로 생각됩니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의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두루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3백여년 전 보다 정확한 제주도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한 겨울에도 산을 오르내리며 빙담과 골짜기의 폭포와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맑은 물을 상세하게 기록한 선인들의 자취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그런 선인들이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탐사팀은 바로 그곳을 다녀온 것인데 기억에 오래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좋은 길을 안내해 준 오문필대장, 자세한 기록을 남겨준 정차연박사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분발해 나가십시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강문규

DATE : 2004-11-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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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병	[ 11월12일 ] 그렇군요. 빙담이라, 겨울산행이 기대되네요

	신영대	[ 11월30일 ] 소중한 탐사의 과정들이 역사의 발자취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나가는 순간들이 훤히 그려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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