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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오목렌즈로 한라산 정기를 받는 삼의양오름

이 름

gks

2005년 6월 18일 새미오름(삼의악/삼의양/사모악)과 소산오름

텅 빈 하루다. 오후에 당직을 서는 것만 빼고는... 그래서 오랫동안 꼭 산행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삼의양오름을 목표로 삼았다. 그 옆의 소산오름도 올라보겠다고 벼르면서...
5.16도로나 산록도로에서 바라보면 민틋하면서도 불쑥 솟아오른 모양이다. 어느 시인이 여인의 두툼한 둔부라고 읊은 것 같기도 해서 더욱 벼르고 별렀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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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여인의 나신은
두툼한 둔부를 내어 밀고
대담하게 버티고 앉아
몸을 비틀기를 시작하면
개미목 갈대밭이 발기를 한다.

솔 섶 흔들며 찾아온 바람
관음사 목탁소리 싣고 오면
그만 수줍어
안개 속으로 숨고 마는 삼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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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의악에 오르면
섬 동쪽 성산 일출봉
서쪽엔 대정 송악산
화산 오름 굼부리에 깊게 묻혀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두 잊어버리자.
-------------이종억(1940년생 오라주유소 대표)

안개가 짙고, 무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도 있고 해서
그저 운동 삼아 올라,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을 목표로 5.16도로를 탔다.
제주지방경찰학교 입구 지점에서 우회전하여 50미터 오르면 주차할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다. 오름 기슭으로 목장 길이 트여 있음을 알고나니 안심이 되었다.

경찰학교 사격장 울타리를 벗어나니 오름 동사면이 훤하게 보인다. 20여 마리의 소 떼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철조망을 넘었던 흔적이 있어 초행이지만 두려움도 없고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실제 많은 오르미들이 이 오름을 찾고 있고 행글라이더 동호인들의 아지트였다. 오름 전체에 안개가 사라져 날씨는 점점 좋아지는 가 싶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급경사를 단숨에 올랐다.

오늘 오전 10시에는 오름 북쪽 첨단과학단지 기공식이 거행돼 오름 정상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보겠노라는 생각도 했었다. IT, BT, NT 등 첨단과학 기술을 창조하고, 이를 산업화할 미래제주를 담보해낼 신기술의 메카가 될 그 장소가 아닌가. 33만여평의 부지에 오는 2011년까지 사업비 4천1억원을 들여 국가산업단지 공영개발 방식으로 조성된다.
기쁨 마음으로 정상부분(아라동 산 24-1번지)의 잔디 풀밭을 밟고는 주변을 살폈다. 아쉽게도 첨단과학단지 기공식 행사는 안개 속에서 팡파르만 울릴 뿐 전혀 분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름 남쪽(위쪽)으로는 안개가 먼지를 데려 간 탓에 더욱 깨끗한 풍광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는 안개에 반쯤 가려져 있는 견월악을 시작으로 성진이오름, 물장올, 테역장오리, 쌀손장오리 등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오랜만에 보는 기쁨이 넘쳐난다.
산화경방초소 옆에는 삼각점이 있어 이를 등정의 기쁨으로 밟았다. 주위를 살피니 새미오름의 분화구가 뚜렷하다. 말굽형 분화구지만 그 능선은 둥그런 원을 정확하게 그린 듯하다. 서쪽 능선을 따라 가면서 안개에 분간이 안 되는 분화구 밖은 포기하고 분화구 안을 살펴보니 30기 가량의 묏자리가 쓰여 있다.

여기가 바로 명당이 아니런가. 祖山(한라산)의 산체가 이 분화구에 전부 포근하게 안기니 그 정기가 어마어마하지 않을 텐가. 다시 봐도 그럴 듯한 것이 좌청룡 우백호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좌우로 환포가 이 보다 제대로 이뤄진 곳이 또 어디 있던가. 그리고 정면으로 한라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거만하지도 않고, 또한 위태롭지도 않다. 우리 할머니의 표상인 설문대할망이 좋은 자리를 만들기 위해 꾹 눌러 앉았던 자리가 아닌 가도 싶다. 풍수사(풍수지리학자)에 따르면 영주의 4대 고산명혈지는 제1사라, 제2개미등, 제3 톳트멍, 제4 영실이라고 한다. 삼의양은 그 중에서 제2 개미등의 혈맥을 이어받는 혈처(穴處)인 것이다.
전방에는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한 별도천이 오른쪽으로 휘감아 내리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원칙에 딱 들어맞지 않는가.

남쪽으로 터진 쪽에는 샘이 흘러내리고 있다. 새미오름이라는 이름이 붙게 한 샘으로 솟아나는 양은 많지 않지만 실개울을 이룰 정도이고, 방목되어지는 우마가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올챙이들이 무리 짓고 있어 마실 생각을 포기했다. 허리를 펴니 한라산 산체가 가슴 가득 포근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한라산 속 오름 형상이 뚜렷하고 삼각봉에서 이어진 개미목과 개미등이 구분되고 개미꼬리까지 확인할 수 있어 기쁨이 두배다. 개미등에서 홍송(붉은 소나무)군락지도 확인했다. 그 아래는 능화오름까지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니 산행도중 내내 입안에서 휘바람과 노랫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빼어난 풍광에 더욱 매료되니 모르는 사이 클래식 멜로디까지 읊조려진다. 중간 중간 뻐꾸기가 화음을 넣어준다. 자연이 인간의 두뇌에 얼마만큼 작용할 수 있는지를 깨우치려는 건지...
분화구를 거슬러 올라 다시 정상을 거쳐 하산키로 했다. 나주 김씨, 광산 김씨 등의 묏자리 등 굵직굵직한 분묘가 분화구내 가득하다. 최근 납골묘가 보편화되면서 몇몇 묏자리는 이장한 듯 했다.

다시 정상에 올랐는데 오름 남쪽으로는 그야말로 대자연이 그대로 다가오건만, 그 반대쪽은 아직도 안개 속이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둥그런 모양의 금형(金形) 삼의양의 정기가 제주전문대, 제주대학교, 첨단과학단지 등 고급 인재 양성에 크게 정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풍수사의 얘기를 실감해보고자 했는데 말이다. 다른 기회에 다시 올라오면 될 터이다.

산천단으로 내려왔다. 소산오름을 오르기 위해서다. 산천단 제사터 표지석을 읽어보았다.[이곳은 산천단은 예로부터 산천제를 비롯하여 여러 제사를 봉행 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1470년(성종 1년), 이약동 목사가 세운 한라산신묘를 비롯해 농사의 재해예방을 기원하는 포신제, 비를 내려줄 것을 비는 기우제 등을 올리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산천단신묘 터를 벗어나 오름을 오르는 길목을 찾아 나섰는데 오래전부터 토종닭 집을 하던 곳에 갤러리 카페 [필연]이 있어 잠깐 들러 오름 오르는 길목을 물었다. 답을 얻지 못해 오른쪽 편으로 굴착기가 박혀있는 곳으로 접근했으나 도저히 오름을 오를 수 없었다. 대나무 숲과 삼나무 숲이 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교육문화체육부장>

DATE : 2005-06-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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