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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신화와 전설의 루트를 따라서

이 름

강문규

제주도 동부지역의 오름답사코스중 가장 힘들다는 성진이-태역장-살쏜장-물장올오름 탐사는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의 자취를 잘 간직하고 있는 흥미로운 코스였습니다.
성진이오름 남사면 해발 750m지점에서 우리는 원형이 잘 남아있는 숯가마터를 발견했습니다. 이같은 숯가마터는 한라산 곳곳에서 보이는데, 이것은 한라산이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상당히 높은 지대까지 벌목이 이루어졌음을 설명한다고 할 것입니다.
숯을 한번 구우려면 상당량의 나무가 벌채됐을 것이고, 그 면적 또한 엄청났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변했지만 불과 40~50년대에는 한라산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숯가마터는 우리에게 한라산 식생의 훼손과 복원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숯을 어떻게 구었고, 어떻게 사용하였으며,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는 어떤 애환이 깃들어 있는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체험자들도 이제는 상당히 고령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루속히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태역장오름은 지명과는 달리 태역(잔디)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사람과 우마들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식생이 다양해지고 울창해진 현상이겠지요.
살쏜장(화살을 쏘았던 곳)오름은 꼭 한번 다녀가고 싶었던 오름이었습니다. 그곳은 삼성신화의 한 무대가 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잘아시는 것처럼 삼성신화에 따르면 고량부 세 신인은 이곳에서 활을 쏘아 일도, 이도, 삼도를 정했다는 사시복지의 무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한라산에 수렵 나섰던 세 신인이 낮으막한 오름에 앉아 우리 탐사팀처럼 땀을 식히며 쉬다가 넓은 태역장을 향해 활을 쏘아 각자의 거처를 정했다고 해도 결코 황당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살쏜장오름 바로 곁에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물장올오름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입니까. 헌 치마폭에 흙을 담아 한라산을 만든 여신과 탐라의 개벽을 열었던 세 신인의 활동무대가 거의 한 장소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탐라창조를 소재로한 연극무대를 떠올리게 되는군요.
물장올 분화구외륜에 남아있는 제사터 또는 절터로 보이는 기단석들도 이곳이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역사 문화의 터전이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진이-태역장-살쏜장-물장올로 이어지는 탐사코스는 한라대맥탐사의 가장 중요한 현장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말해 이곳은 제주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찾아가 그 의미를 새겨 볼 만한 성지와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만 이곳이 국립공원지역이어서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DATE : 2004-07-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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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 : 120

	팽이	[ 07월13일 ] 탐사에 동행하면서 느끼는 건 제가 정말 제주도에 무지했다는 것이지요. 제주고씨의 후손이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면서두요...살쏜장..제 조상님의 신화가 담긴 의미있는 곳 ..힘들었지만 느낌이 많았던 탐사였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정광중	[ 07월13일 ] 국장님도 참 빠르시군요!, 스페인 다녀오신 뒤로 조금 여유가 생기신 모양입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신영대	[ 07월14일 ] 뚜껑을 열면 열수록 샘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제주의 이야기들..스페인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시기도 전에 대탐사 산행에 이어 시간의 뒤안길에 남은 좋은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주셔서 너무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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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제 목	이름	조회	등록일

166		제주인의 풍수신앙[2]	한승철	1496	08-11

165		아름답고 귀여운 새	권 형구	351	08-10

164		흙붉은오름에서...[10]	오승목	1865	08-06

163		알립니다	탐사단	347	08-05

162		알림[2]	탐사단	145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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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나는 천재다......(운이 좋으믄..)[3]	팽이	1341	07-27

159		한라산의 새(2) - 뻐꾸기[23646]	탐사단	4920	07-26

158		알림	탐사단	115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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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불칸디오름과 어후오름에서[5]	오승목	1529	07-20

155		산몰/산쉐를 아십니까[8]	한승철	1675	07-19

154		불칸디오름과 어후오름[3]	좌보미	118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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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한라산의 새(1) - 큰오색딱다구리[6511]	탐사단	4640	07-15

151		만장굴개척자 부종휴와 김녕교 ‘꼬마탐험대’[5]	강시영	1238	07-14

150		한라산박사 부종휴시리즈(4)[3]	강시영	1082	07-14

149		숯가마터의 원형 찾았다[42120]	취재팀	4578	07-12

148		신화와 전설의 루트를 따라서[3]	강문규	964	07-12

147		성진이에서 물장오리까지	좌보미	414	07-11

146		알림	탐사단	841	07-09

145		한라산 박사 부종휴의 발자취를 찾아(3)[3]	강시영	1237	07-07

144		부종휴 유품 공개[1]	강시영	1095	07-07

143		검은오름을 올라서[7]	한승철	1116	07-05

142		허전함[7]	루카스	9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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