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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성진이에서 물장오리까지

이 름

좌보미

아침 여덟시반.
한라일보 앞에 모인 우리를 보며 오대장은 말하더군요.
"오늘은 성진이오름으로 해서 태역장오리에 갔다가 쌀손장오리를 둘러보고 물장오리까지 가겠습니다"
순간 '오늘도 죽었구나!"
하지만 그 자리에선 감히 한마디도 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대장의 명령이며 우린 지금까지 오대장을 믿고 따라다녔기에 험한 산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걸 모두가 인정하니까요.

한라산은 깊고 험한 산입니다.
우리가 보는 완만한 경사는 너무도 멀리서 보았기 때문이고요, 사실 그 산속으로 들어가 보면, 울창한 나무 숲은 어두워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계곡과 계곡이 이어진 곳은 낭떠리지라 사람이 다닌 자취조차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찾는다는것, 그건 원시사회에서 족장만이 갖고 있던 능력이 아니었을까요?

성진이오름은 굼부리도 없고 정상도 없어 무얼 봤는지 섭섭한 마음만 남았지만, 그래도 옛날 숯을 구웠던 가마터를 볼 수 있어 오름에 오른 보람이 있었습니다.
가마터는 동그란 우물과 같았는데, 아궁이와 굴뚝이 곱게 남아 있더군요.

'태역장오리엔 왜 태역이 없을까?'
아주 없는건 아니고 그래도 태역밭이 조금 있어서 그 곳에서 쉬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쌀손장오리엔 '쌀이 없다'
당연한 말씀이죠. 사실 이 오름은 '살(矢)쏜장오리'니까요.
고.양.부 삼성신인이 각자 살 곳을 정할 때 이 오름에 올라 화살을 쏘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때 화살은 일도, 이도, 삼도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일도도 이도도 삼도도 볼 수 없는게 답답했습니다.

설문대 할망을 빠져 죽게 했다던 물장오리.
지난번, 그 폭우 속에 물장오리를 갔던 생각하며, 그간 비가 많이 내렸으니 오늘은 전혀 다른 모습일거라고 엄청나게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물장오리는 아라골프장에서 물을 끌어다 쓰면서 이미 ' 밑빠진 독'이 되어버렸고 이젠 아무리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 전설 속의 산정 호수일 뿐이었습니다.

섭섭한 마음과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눌러 구석으로 밀어 놓고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부지런히 물장오리에서 내려 왔습니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무릎이 '심빡심빡' 아파왔지만, 그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습니다 - 이건 아픈게 아니라 머리속에서만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우기면서...

DATE : 2004-07-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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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문필	[ 07월11일 ] 이번 탐사일정이 어쩌면 동부지역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었던것 같읍니다. 다행히 안개가 방해하지않아 그나마 어느정도 일정대로 탐사가 이루어졌읍니다. 탐사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읍니다. 전에 가보았을때의 모습과 자료를 정리하면서 기대했던 모습과는 사뭇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오름들의 모습이 못내 안스럽기도 합니다. 허나 항상 우리의 마음속에는 내가 그리는 오름이 있읍니다. 그 오름을 보다 예쁘게 그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의 상태는 불확실의 연속이니까는요???

	좌동열	[ 07월12일 ] 산 속에서 큰나무 위에 올라가 주변 지형을 살피는 그 모습은 너무도 멋졌습니다. 오대장님은 제주의 보물입니다. 이건 절대 아부가 아니고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팽이	[ 07월13일 ] 부지런도 하셔라..팽이는 컴퓨터가 바이러스를 잡수셔서리..포

	정광중	[ 07월13일 ] 거침없이 읽을 수 있는 매끄러운 문장이 읽는 이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는 듯 합니다!!.더불어, 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가는 듯한 여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신영대	[ 07월14일 ] 산행은 곧 시간의 역사를 유추케 하고 그 자락에서 자생되는 풍부한 견해와 식견들이 동행탐사를 거듭할수록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추억의 동산에서 그리는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정겹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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