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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개오리오롬의 추억

이 름

좌보미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이나 안개가 낀 날에도 우린 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
그냥 그렇게 하고 싶으니깐요.
정말 이해 못할 사람들이죠?
그러나 탐사 끝내고 혼자만이 느끼는 그 흐뭇함은 그 어떤 행복에도 비교할 수 없답니다.

오늘 탐사 시작은 안개가 낀 삼나무 숲으로 들어 가면서였습니다. 오늘따라 오대장님은 지도와 나침반을 자주 보셨고, 철없는 우린 장맛비를 맞으려고 고개 내민 버섯들을 찾는라고 바빴습니다.

땅만 보고 걷는 저에게 버섯 찾기는 '딱 맞는 일'이었습니다. 며칠전 버섯 도감을 사다 열심히 뒤진 보람이 있어 목이버섯은 자신 있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허지만 그 외의 버섯들은 도저히 무슨 버섯인지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벚꽂버섯인가?' 춤추는 듯한 그런 버섯이 있었는데, 그 버섯 이름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났습니다.

오늘 목이 버섯 많이 따왔습니다.
어느분이 "제발 조문 갈 일 만들지 말아달라"고 하시던데 걱정 마십시요. 이 버섯 절대 저 혼자 안 먹겠습니다.
다음 탐사때 버섯 잡채 만들어 갖고 가기로 작정했으니깐요.

오늘 딴 목이버섯은 크기가 아이의 손바닥만한데, 마른 나무가지에 '미역귀'처럼 매달려 있더군요.
마트에서만 사다 먹어야 하는 줄 알았던 목이버섯을 내가 찾아내서 땄다는 이 흥분과 감격, 어디가서 이걸 자랑 해야 소문이 크게 날까요?

'나도고사리삼'이라는 풀을 보았는데,
여인이 치맛자락을 한쪽으로 돌려잡고 먼하늘을 보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요?
그 모습이 청초하더군요. '청초하다'는 말을 써 본적이 없는데 그 풀에는 그 말을 꼭 쓰고 싶습니다.

개오리오롬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기계가 못견디게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롬 정상에서 도저히 오롬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크고 무거운 탑들을 보았습니다. 그 옆으로 더 큰 탑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고요.

가장 고통 받는 오롬이 되어버린 개오리오롬.
앞으로 그 무거운 철탑들을 머리에 얹은 채, 오롬을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점점 멀어지게 되겠지요.

탐사를 하다보면, 산 속 나무에 가려진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슴아픈 흔적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철조망에 허리가 감긴 채 살아가야 하는 나무들, 창터진 물 물가에서 보았던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들, 그리고 견월악 정상에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과 종이컵들.

앞사람을 놓치면 큰 일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따라 다녔기 때문에, 집에오면 팔다리를 감당치 못해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좀 가벼운 코스였나요, 아니면 제가 그동안 단련 된 것일까요?
두사람분 빨래 해치우고도 힘이 남아 돌아 글까지 올리는 여유를 부려 봅니다.

DATE : 2004-06-2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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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 : 138

	팽이	[ 06월27일 ] 벌써 글을 올리셨군요..전 아직 버섯들 정리하느라 씨름중인데...함께한 오늘 즐거웠습니다.^^*

	루카스	[ 06월27일 ] 추억 씨리즈로 나가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광중	[ 06월28일 ] 좌보미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탐사 때엔, 제대로 된 식용 버섯인가에 대한 실험이 행해지겠군요?!?!

	한승철	[ 07월02일 ] 물장올은 우중(雨中)탐사,개오리오름은 그야말로 무중(霧中)탐사였지요. 농무였기에 나도고사리삼을 찾을 수 있었고요. 여인이 치맛자락을 한쪽으로 돌려잡고 먼하늘을 보고 있는 모습이라는 표현이 딱이네요. 양치식물 가운데 원시함보다는 세련된 멋진 친구였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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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부종휴시리즈(2)	강시영	630	07-01

139		개월이오름의 버섯[11]	팽이	1152	06-30

138		육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산정습지. 어떻게 할 것인가[7]	한승철	1278	06-29

137		우리는 왜 산으로 가는가[8]	단장	1129	06-27

136		개오리오롬의 추억[4]	좌보미	1037	06-26

135		산 빛 그리운 날에[4]	신영대	981	06-26

134		견월악에 핀 산수국[9]	루카스	1074	06-26

133		부종휴 특집시리즈1[5]	강시영기��	1204	06-25

132		알림	탐사단	394	06-25

131		비내리는 물장오리	팽이	410	06-23

130		물장오리의 추억[6]	좌보미	113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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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성널오름의 추억[2]	좌동열	11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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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성널 그 가파른 골짜기[5]	한영자	1026	06-07

120		성널오름 탐사를 마치고...[199]	오승목	2436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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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알림[4]	탐사단	84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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