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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서우봉을 올라서

이 름

한승철

5월 30일
함덕해수욕장의 바다풍경위에 자리잡은 그곳 서우봉. 언젠가 올라야지 벼뤄왔는데 드디어 작정하여 농로를 따라 올랐다. 가파른 농로를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확 트이기 시작한다. 발아래로 함덕해수욕의 백사장의 윤곽이 드러나고 바다가 더욱 넓어지면서 마음 또한 부풀기 시작했다.

오름기슭은 산체임에도 농작물을 재배하는 아기자기한 밭들이다. 농로가 끊기는 지점에 이르러 시멘트길도 끝나고 흙길이 나있는데 가로등 시설이 돼 있다. 완만한 등성이가 크게 두 개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데 잘록한 부분으로 길이 나있어 이 오름의 화구 지점인 것 처럼 보이지만 확실치는 않다. 바다쪽으로 터져 있는 것 같지만...
바다쪽 봉우리를 먼저 오르니 솔숲의 시야가 트이면서 평평하고 잔디밭이 펼쳐진다. 북촌마을과 그 앞바다에 낚시터로 이름단 달여도에 하얀등대와 정자가 서 있고 주변에 딸린 여들이 보일락 말락한다. 널따랗고 시원스레 조망이 트여 망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도 그 흔적은 없고 무덤들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다. 남쪽의 봉우리를 올랐다. 돌무더기가 정상부에 있어 용암이 올라 굳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용암덩어리가 아니라 바위덩어리가 모아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도 무덤이 있는데 색다른 유리성분이 많은 비석돌이 특이하다.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갯 가마귀쪽나무 등 나무와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함덕마을로서는 해수욕장과 더불어 정말 보배로운 오름이 아닐 수 없다. 남사면으로 내려오니 묘제터 흔적이 있고, 시야가 트이자 평사동마을이 건너편에 보이고 오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서우봉이 아닌 서모봉이라고 표기돼 있고 한자로는 서산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우봉 등정은 아직도 어설픈 초보자로서의 느끼는 아쉬움과 확실한 것이 없는 의문투성이의 발걸음이었다.
서우봉이 어떻게 해서 생성된 오름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고, 왜 봉우리가 두개이고 분화구는 어디인지 정확히 지적할 수 없었다. 응회환인지 분석구인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오름에 피어난 꽃 중 이름을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입은 있으나 벙어리에 불과했고,그저 구름비나무(가마귀쪽나무 맞는지 모르겠지만)정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욱이 그전에 분명 들었던 나무인데도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 말안장처럼 보인다는 말에 천마등공형을 떠올렸지만 기록에는 서우망월형으로 돼 있고....
의문투성의 오름이 아니라 본인의 오름지식이 의문투성이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더 많이 배우고 익히는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참고:이 오름은 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걸쳐져 있다. 멸치 어장 이권 등을 둘러싸고 지역분쟁이 많았었는데 1900년대초 제주군수 윤원구가 오름에 올라 중심부인 가릿모루를 분계선으로 삼도록 하여 분쟁을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윤씨의 입도조 묘가 동사면에 있다고 들었지만 확인은 못했다.
1706년(숙종 32년)에는 목사 송연규가 이오름에 서산장이라는 울타리를 둘르고 공마를 배에 실을 때의 목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곳 산허리에 층층으로 만들어진 밭이 서산장의 흔적(본터)인 셈이다.
700년전에는 오름 서북사면의 모래톱은 시신혈해를 이룬적이 있다. 1273년(원종 14년) 김방경이 병 1만명, 전선 160척으로 상륙하자, 복병해 있었던 삼별초군과 대접전을 벌인다. 당시에 전사한 수많은 병사들의 것으로 미뤄보이는 해골들이 최근까지도 이 부근 모래밭에서 발굴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서편 기슭에는 고려시대 기와를 구웠던 와막 (왜막)이 있었다고 한다. 왜막은 1900년대초 일본인 왜인들이 이 곳을 본거지로 대대적인 멸치 가공을 했던 데서 유래하고 있다. 왜인들이란 신축민란때 한림에서 이재수에게 일본도를 바쳤던 황천(아라가와) 등을 말한다, 황천검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니....
북녘 기슭 바닷에는 초제탄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있다.바다에 나간 아우를 부르니 시체가 밀려서 왔다는 이락당 이계징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급경사 낭떠러지 기술에는 일본군이 파놓은 굴들이 북촌 해동 바닷가에 걸쳐 20개나 된다. 길이가 7~8미터에 이른다.

DATE : 2004-06-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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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자	[ 06월01일 ] 한 주 쉬니까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드니만 게시판에 글들이 보여서 ...

	정광중	[ 06월02일 ] 수고하셨습니다!. 어쩐 일로 서우봉엘 가시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조금 궁금하군요?. 특별한 취재거리라도 있었던가요??.

	gks승철	[ 06월03일 ] 함덕에서 바라보는 서우봉은 항상 그림같지요.8층의 호텔예식장에서 푸른바다와 서우봉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였지요.그러다가 의기에 투합한 형님분들과 서우봉에 오르게 됐어요.정상에서 만난 80세쯤 되신 노인분이 서우봉과 함덕해수욕장에 대한 4.3당시의 증언은 너무 생생하고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름보다 4.3얘기가 주를 이뤘지요. 자료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백사장에 파묻어버린 얘기,서우봉 기슭에서 총살시켜 버린 사건, 북촌옴팡진밭 사건 등 생생한 증언을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신영대	[ 06월03일 ] 생생한 증언들..좋은 경험 하셨군요. 서우봉에 대한 느낌과 그곳에 얽힌 이야기들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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