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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염통뫼(염통악, 상여오름)를 올라서

이 름

한승철

*염통악(염통뫼, 상여오름)을 올라서

2005년 4월 30일 고사리 장마가 시작됐나. 아침부터 흐린날씨를 보이더니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가 꾸물꾸물하여 쉽게 밖에 나서지 못하다가 오후 늦어서야 안개날씨인 점은 감안, 가까운 오름을 택하기로 했다.
한라수목원에 가면 세 개의 오름을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염통악을 가장 먼저 도전대상으로 삼아 등산길을 찾았다. 한라수목원 서편을 이용하니 경계 밖에는 사유지라고 표시된 곳이 있어 그전에는 사람 왕래가 잦았음을 암시하는 것이기에 이쪽이 길목이라고 생각이 들어 경계를 넘고 지나니 감나무밭이었다.
안개 속에서 꿩울음소리가 간간히 울려퍼진다. 이제 나혼자 미답의 오름 정상을 찾는 순간이다. 하지만 높지도 않고, 시내와 가까이 있는 오름이기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감나무 사이를 가로 질러 숲길을 어렵게 찾아 건너려 하니 묏자리 1기가 나타났는데, 가선대부 문씨의 묘였다.
묘비에는 염통악(念通岳)으로 표기돼 있다. 상혜약(尙惠岳)이라고 적힌 것도 있다. 이웃하고 있는 광이오름을 간장(肝腸)의 간엽과 비슷하다 하여 한자어로 간열악(肝列岳)이라 함에 견주어 이 오름을 염통의 형국에 비유하여 염통뫼, 이를 한자로 염통악(念通岳)이라 표기하는 것이다. 오름의 모양새가 상여(喪輿 ; 시체를 묘지까지 나르는 제구)와 비슷하다 하여 상여·<생이 ; 상여의 제주어>오름이라고도 한다.
수풀이 무성하고 안개가 몰려오는 듯하지만 그동안 산행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오름 정상쪽으로 계속해서 발길을 옮겼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이지만 사람이 오갔던 흔적은 분명 있었다. 산화경방초소가 보이는 쪽으로 비탈을 넘어섰다. 아. 탄성을 지를 뻔했다. 잔디광장이 나타난 것이다.. 오름 중턱까지 숲으로 덮혔는데 그 위는 영 딴 세계가 펼쳐져 있다. 오름나그네는 이를` 하늘에서 연초록 융단이 내려와 깔린 듯한 널따란 풀밭'이라고 표현해 놓고 있다. 이렇게 곱고 시원한 오름이 있었는가 싶다. 길다랗게 펼쳐진 잔디밭이 구릉을 이루고 마치 골프장의 파3홀과 흡사하다. 역시 초소 관리자나 땅소유주 등이 수풀을 베어냈기 때문인데 이러한 동산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상상하지 못하리라. 표고는 245미터.
왜 오름을 오르는가에 대한 답을 떠올려본다. 인간의 흔적들은 느끼려고 가는 것은 아닌지. 주변에 포크레인 소음 등 공사소리가 안개에 묻힌다. 닭우는 소리, 개짓는 소리가 이어지고, 이곳 저곳에서 꿩울음소리가 나니 이렇게 꿩이 많은가 싶다. 엄청난 수의 꿩이 서식하는 공간임을 추측케 한다.
안개가 가득하다. 주변 공사장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을 누비다가 동사면으로 생각되는 방향으로 하산한 뒤 광이오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나름대로 동서남북 방향을 잡으려고 애썼는데도 안개속에 갇혀 이제 생각했던 방향이 실제와 완전히 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방향을 완전히 포기하고 숲길을 따라 계속 전진해보기로 했다. 묏자리 관리를 위해 차량이 오갔던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 한참 가다 길이 막혀버렸다. 급히 되돌아가려니 왔던 길을 분간하기 힘들다. 완전히 동서남북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 노릇을 어찔할거나.
어쨌든 아무 길이나 곧장 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다보니 고사리를 꺾고 있는 할머니 한분을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길을 물으니 고압선을 따라가면 곧바로 광이오름 한라수목원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대로 가면 정실마을 위 안기부 쪽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와중에 잘 단장된 묘역을 지나쳤는데 직접 확인해 볼 염두가 나지 않는다. 오름 남동록으로 진주강씨 제주 염통악파 입도시조 묘역이 틀림없을 듯하다. 제주의 진주강씨 입도조 강인덕의 단비(壇碑)가 서 있다. 조선 태종 6년(1406)에 태어난 강인덕은 고려 상장(相將)의 전통 있는 가문의 후예로서 세속의 명리(名利)를 떨쳐버리고 그의 나이 30살인 세종 18년(1436)에 절해 고도인 제주에 입도하여 새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한전 철탑에 연결된 고압선을 중심잡고 북동쪽에 이웃한 광이오름으로 향했다. <한승철 교육문화체육부장>

DATE : 2005-05-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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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비	[ 05월06일 ] 이제는 혼자서 여유롭게 오름 등반을 즐기시는군요. 안개낀날에는 오름에서도 방향을 잃어버려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기가 쉽죠, 특히 혼자 나설때는 꼭 나침반을 휴대 하셔야 겠네요. 저도 나침반 없이 나섰다 혼난적 있어 이젠 꼭 휴대하고 다닙니다. 건강하시고 언제 산행 한번 같이 하시죠...

	루카스	[ 05월09일 ] 탐사가 끝나면 게시판이 잠수함 타는가 했는데 ... 가끔씩 방문해도 심심하지 않겠네요!!

	한승철	[ 05월09일 ] 안개 낀 날 산행의 맛은 괜찮은데, 길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더군요. 따라비님!언제 전화 한번 드리겠습니다. 루카스님 ! `오름의 시'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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