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이 오름 
세찬 바람과 함께 무질서의 쾌락을 즐기며 내려 오는 함박눈이 얼굴을 때린다. 비장한 마음으로 우리들을 맞이하는 것 같다. 
눈길 가시밭길 헤치며 몇번 오름 등성을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아직도 검은이란다. 일곱개의 오름으로 이루어졌다든가..
분화구를 중심으로 돌다 아예 분화구 안으로 내려갔다.
코끝으로 후끈한 느낌을 받으며 김이 올라오는 지점에 이르자 그둘레에만 비가 내린다. 
사방에는 싸락눈이 사정없이 쏟아지는데 따뜻한 열기로 눈이 녹아 비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온천수가 나오는게 아닌가 했는데 자연 동굴이 유지하는 일정한 온도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운 바람이 구멍을 통해 올라 온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동굴이 일제의 잔학함이나 4.3의흔적이 묻혀있는 곳일수도 있다는 말에...
왜! 하필이면 이곳에..
제주도에 몇그루 없다는 식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빨간 열매로 우리의 시선을 끄는가!
소리없이 사라져간 이름없는 이들의 혼백이 그들의 아픔을 달래달라고 하는 손짓인가!
정녕 그들의 피맺힌 절규의 응어리가 아닌가라는 말에 '허억' 가슴에서 뜨거움이 북받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리고 지금도, 식나무의 빨간 열매와 절규하는 듯한 혼백들이 오버랩된다. 미련이 남아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든다.
몇번 동행은 못했지만, 올 마지막 탐사에 의미를 던져준 멋진 곳으로 인도해주신 오 대장님과 강 단장님에게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한라대맥 탐사 위원님들 모두에게 행복과 은총이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