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신께 올리는 축문

 이 산하에, 이 역사에, 이 민족에, 이 섬 탐라에 가장 높고 보배로운 한라산을 관장하시는 산신이시어!

 오늘 저희 한라일보 한라산 학술대탐사단은 첫 번째 한라산탐사인 하천과 계곡에 이어 그 두 번째 `한라대맥(漢拏大脈) 탐사'에 앞서 이곳 한라의 동쪽 끝자락인 우도에 모여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워 산신께 제를 올립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데 한라는 비록 육지에 멀리 떨어져 바다 한 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으나 그 높이는 손을 뻗치면 하늘의 은빛 별무리를 끌어당길 수 있고, 그 속에는 신선의 골짜기와 불로초, 그리고 백록처럼 심성이 어질고 밝은 인간들을 거느려 왔나이다. 예부터 사람들이 한라를 삼신산의 하나로 추앙하고, 세상 살며 한번 보기를 염원해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탐라개벽 이래 한라의 기슭에 삶의 터전을 정한 제주인들은 험한 파도와 바람거센 들녘을 일구면서도 언제나 한라산신에 대한 외경심을 잃지 않고, 질곡의 역사를 이겨내며 신화와 전설, 그리고 향그러운 풍속을 가꾸어 왔나이다.

저희 한라일보사가 지난 1998년부터 한라산 학술 대탐사를 기획하여 5년간 하천과 계곡을 탐사하고, 이제 그 두 번째인 `한라대맥 탐사'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라산이 거느린 갖가지 보배로운 가치들을 발굴해 한라의 이름을 사해에 떨치고, 후손들에게 더욱 소중하게 물려주기 위함입니다.

 한라산신이시어!
 바라옵건데 저희 탐사단이 가는 길을 보살펴 주시고, 저희들의 흐릿한 영혼을 깨우시고, 형형한 눈빛으로 한라의 진면목을 보고 느끼게 하시어, 가장 명징(明澄)한 언어로 그것들을 기록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한라의 장엄과 신비를 노래하고, 그속에 굽이쳐 흐르는 산의 혈맥과, 역사의 등줄기, 제주인들의 혼맥(魂脈)을 찬양하게 하소서!

 비록 준비한 음식과 술은 변변치 않사오나 성의는 돈독하오니 기쁘게 드시옵고, `한라일보와 한라산 대탐사의 앞길이 순탄할 수 있도록 굽어살피시옵소서!

                      서기 2003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