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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영아리오름에서 본 노루가 걱정이다

이 름

김완병

영아리오름을 오르기 전에 마보기 정상에서 본 제주의 남서쪽 광야는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풍광을 지녔다. 마라도, 산방산, 왕이매, 금오름, 녹하지악, 멀리 당산봉과 녹남봉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곳이기에 자연을 이기려는 사람들의 유혹이 클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발아래 골프장에서 노루 한 마리가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보기 남쪽으로 골프장, 산록도로(1115번), 각종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야생동물의 터가 단절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이 골프장 한 가운데로 도로가 관통하면서 노루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이동을 어렵게 하고 도로를 횡단하다가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최근 한라산 주요 도로에서 매년 30여 마리의 노루가 죽어가고 있으며 또한 오소리, 족제비, 누룩뱀, 큰소쩍새 등의 희생도 뒤따르고 있다. 제주도의 골프장과 도로확보율은 전국에서 면적대비 최고를 자랑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하는 야생동물의 이동을 보장하는 생태통로는 낙제점이라 할 수 있다. 고작 계곡의 지류를 통한 다리형 통로와 배수로뿐이다. 노루가 골프장과 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위한 울타리 시설이 보강되어야 하며 특히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야생동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충분한 이동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골프장과 도로건설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범으로 오해받기 이전에 제주의 생명 자원들을 살려내는데 가시적인 노력과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자연으로부터 얻은 혜택을 조금씩이 아닌 크게 돌려주어야 하며, 그것이 곧 무너져 가는 제주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지름길이다. 경제적 논리를 뒤로하고 제주땅에서 노루, 곶자왈, 오름을 먼저 생각하는 윤리적이고 생태적 환경의식을 가지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영아리 분화구내에서 살아가는 노루들이 우리를 보고 뛸 듯이 반길 것이 아닌가.

DATE : 2005-01-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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