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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      臾�  <이원진 목사와 고홍진의 만남>

 제주의 향토사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하는 길잡이와 같은 책이 있습니다. 조선조 효종 4년(1653년)에 간행된 이원진의 <탐라지>가 그것입니다. <탐라지>는 제주도에 관한 최초의 읍지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상세하고 정확하여 제주도의 제반사항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에 편찬되는 읍지를 비롯한 각종 문헌들이 이 <탐라지>를 참고로 하고 있음은 <탐라지>가 어떤 책인지를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탐라지>는 앞서 언급했듯이 향토사에 관심있는 분들이면 반드시 접해야 하는 자료입니다. 그것은 마치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준령을 오르기 위해서는 그곳의 지리와 기상 등을 잘아는 `셀파'의 도움을 필요로 하듯이 제주의 향토사를 탐구하려면 <탐라지>라는 안내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약 350년 전에 이와 같은 책이 편찬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탐라지>는 어떻게 해서 편찬되었는가. 여기에는 관리로서의 뛰어난 지식과 품성을 지닌 이원진목사와 제주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고홍진(1602~1682)이 있었습니다. 이원진 목사는 재임기간 중 하멜일행이 제주에 표착하자 그들을 손님으로서 따뜻하게 배려하면서도 관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집행했던 사람입니다.(그 내용은 `하멜표류기'에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그가 제주에 부임해 와서 보니 여러차례의 관아의 화재등으로 인해 제주에 관한 역사와 행정,사회, 풍속, 토산 등 제반 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탐라지>를 편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홍진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자료로서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고 보아집니다.

 최근 김찬흡선생이 펴낸 `제주사인명사전'을 보면,조선시대 제주에는 `탐라의 삼절'이 있었다. 첫째는 고전적(홍진), 둘째가 의술로 명성을 날렸던 진좌수, 세째는 복서 문곡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고홍진은 간옹 이익과 반계 유형원의 문하생으로 정주학과 사서, 지리 등을 읽혔고,도내를 직접 답사하며 풍수지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제주인들이 그를 도안 또는 신안이라고 부른 것은 그가 제주섬에 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데서 비롯된 명성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원진목사가 그에게 <탐라지> 편찬에 따른 감교를 맡긴 것도, 탐라지가 귀중한 자료로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 것도 이처럼 제주섬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의 폭넓은 식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탐라지> 편찬과 그 것을 가능케 했던 배경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3백50년전 선인들의 제주역사와 지리 등에 관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지금의 관리들은 자료의 중요성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는가. 350년 뒤 제주도내에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350년전의 선인들을 얼마나 뛰어 넘고 있는가. 제주도에 관한 앎과 자료의 정리는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이루어지고 있는가. 이원진의 <탐라지>는 언제나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한라일보가 한라산대탐사에 나선 이유도 바로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한 이 시대 제주인들의 작은 몸짓이라고 할 것입니다. 


 * 흐릿한 안개속의 탐사는 마치 `미망의 제주'를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생각과 모습을 보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안개속에 청초하게 피어나는 산수국과 고사리과의 여러 식물들은 사막속의 오아시스처럼 피로를 덜게 하더군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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