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하코네습생화원 전경 급속히 육화되고 있는 분화구 습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한라산 동부지역 해발 500m의 물영아리, 물찻오름에서부터 1,300m의 사라오름 사이 산정호수를 가진 오름 대여섯개가 집중돼 있다.
우선 이 지역에 왜 산정호수가 집중돼 있는지에 대해선 지질학상으로 연구 조사할 가치를 충분히 느낀다.
그런데 이들 분화구습지들이 토사 유입에 의한 퇴적과 산지성 식물의 이입, 습지식물의 분포공간 감소 등으로 산지성 식생으로 변해가는 육화(陸化)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말해 습지로서의 기능이 갈수록 상실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대로 놔둘 경우에는 언제가는 육화가 완전히 이뤄져, 스폰지현상만 남아 있는 붉은오름 분화구처럼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논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하논분화구에 대해선 이미 복원프로젝트가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습지복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30년전에 분화구 습지를 관광테마 자원으로 바꾼 일본 하코네 습생화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본다.
[BT전쟁시대- 17/제주의 선택과 과제/해외특별취재]분화구 습지에 습생화원 조성
분화구 습지에 1,700종의 꽃향연
---------------------------------------------
30년전 버려진 논밭에 생태공원 조성 관광 자원화
일본 유일 습생화원…제주 산정호수 등 활용할만
○…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쪽으로 약 90km정도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시세이카엔(핧生花園). 에코 투어리즘 개념으로 습지에 조성된 화원이다.
본보 생물산업 취재팀은 일본의 내추럴 투어리즘(그린, 에코, 뷰티 투어리즘을 포함하는 개념) 산업을 취재하기 위해 하코네쵸(町)내 해발 650m 산지에 위치한 하코네 시세이카엔을 찾았다. 신간센(新幹線) 오다와라(小田原)역에서 택시로 50분정도 걸렸다. 화산분화구의 습지를 활용하여 습지식물을 비롯하여 한 장소에서 다양한 각종 식물을 보여주는 명소 중의 하나였으며 특히 분화구 습지를 지혜롭게 보전하는 모델로서도 그 가치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하코네습생화원은 쓸모없이 버려졌던 논밭을 생태와 관광을 접목하여 에코 투어리즘으로 발전된 지역 관광자원이었다. 일본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일본 유일의 습지공원으로, 생태 학습장이자 화원구도, 조경 등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지이기도 했다.
원래 이곳은 화산 분화구였다. 50만년전 이후 3회에 걸친 화산활동을 통해 커다란 호수가 형성됐으며, 선석원(仙石原) 습지 일대 18만㎥가 193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호수가 차츰 습지로 변하고,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던 습지면적이 건조화되면서 육화되었으며, 그 일부는 논밭으로 경작되기도 했다. 이에 하코네쵸(箱根町)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 습지 일대3만㎡를 사들여 생태공원화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습지복원연구소가 현장에 개설되고 식생 기초조사 등 철저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2년에 걸친 분화구 습지 복원사업을 펼친 끝에 1976년 개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의 있었던 일이니 우리보다 한 발 앞선 그들의 발상자체가 부럽기만 하다.
이 곳에는 저지에서 고산까지 일본 각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습지대 식물 200여종, 초원·고산식물 1,100여종, 그 외 진기한 외국의 산초를 포함하여 1,700종의 식물이 집합돼 있다. 화원 탐방코스를 따라가면 낙엽활엽수림, 초원식물, 저층습원의 식물, 일본 최고봉인 후지(富土)산, 홋카이도 다이세츠(大雪)산 등에서만 자라는 고산식물 구역이 분포돼 있다. 1시간여 남짓 안내자를 따라 화원을 둘러보는 동안, 가지각색의 꽃들의 향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개화시기를 고려하여 식물을 배치하는 등 세심함이 돋보인다. 3∼4월에는 90종이 개화하고 5월에 120종, 6월 150종, 7월 120종, 8월 100종, 9월 100종, 10∼11월에 50종이 개화된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식생 환경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외래종과 외부토양 반입을 자제하거나 토양의 부영양화를 우려하여 비료 등을 피하고, 종자를 이용한 식생 조성 등에 주력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특별관리에 돌입하여 매년 3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원한다. 매년 4개월을 휴장하고서도 8개월간 약 38만명이 하코네화원을 탐방한다. 천왕도 이 곳을 찾을 정도로 일본내 식물원내에서 명소로 꼽히고 있다.
다카하시 츠토무(高橋 勉)원장은 “일본 유일의 습생화원으로서 성공작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여 지금 이대로의 환경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식물원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선석원 습지를 잘 보전하는 것이 관리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특히 습지 보전을 위해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지형이 평탄하여 물의 순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코네 습지 화원 조성사업은 예민한 수변환경에서 자라는 습생식물의 종 다양성 유지는 물론 자연적으로 육화되는 습지를 보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더욱이 관광자원으로서 방문객들에게 습지 자체만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잃어버린 문화의 향수를 되돌려줄 수 있는 매력을 가진다고 다카하시 원장은 덧붙였다./한승철 기자
2004. 06.22. 입력
▲일본 유일의 습생화원인 하코네습생화원내 습지식물코스 전경. 인위적으로 연중 물이 흐르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