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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      臾�  이번 탐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부러 길을 피하며 다니는 우리는 산속에서 8시간 가량을 걸었으니깐 요.
비는 장대같이 쏟아졌고 조릿대와 청미래덩굴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땅만 보며 부지런히 앞사람을 따라 가야했습니다. 

 불칸디오름을 가기 위해서 물장오리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4.3때 마을사람들이 숨어 살았던 곳으로 보이는 돌담 울타리 흔적들이 여러 개 남아 있었습니다.
물장오리에서 불칸디오름 사이에는 ‘속밭’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50여년 전 석주명선생은 이곳을 보고 ‘한라산의 정원’이라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시 모습이 어떠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파란 잔디밭에 진달래와 온갖 야생화가 피었다던 그 곳에는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랐고, 나무 아래는 고사리 몇몇개 자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허긴 가끔씩 깨진 유리조각이 번쩍거리며 눈에 띄기도 하더군요.

 불칸디오름 정상에 도착했을 때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모두가 서둘러 비옷을 챙겨 입고 내려오는데, 불칸디오름은 다른 오름과는 달리 발끝에 돌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오름은 황토 흙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 주변으로는 부드러운 황토가 두러나 있었고, 걸을 때 발바닥에 닿는 느낌도 ‘폭삭폭삭’한게 여간 부드러웠습니다.
 
 오름에서 내려오며 으름난초가 군락지어 피어 있는걸 보았는데, 조릿대 틈을 비집고 황토색의 굵은 줄기에 수십 개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 난은 열매가 으름(졸갱이)과 비슷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암을 치료한다는 ‘겨우살이’가 참나무에 붙어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걸 보았습니다. 
책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것들을 직접 찾을 때면 우리는 거기에서 새 힘을 얻게되고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조릿대 사이에서는 천마가 가지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모양과 크기는 푸른 콩과 비슷한데 수십 개의 꽃송이가 달렸더군요.

  조릿대 숲을 헤치며 어후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지겨웠습니다. 
양 쪽으로 계곡이 너무 깊어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는데다가, 나무 또한 우거져 주변 경치가 꽉 막혀 있더군요. 
그래도 눈 밝은 사람이 있어 살쏜장오리로 날아가는 검은 독수리를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참나무의 마른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표고버섯 무리도 보았습니다.
그 많은 자연산 표고버섯을 그냥 두고 오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허지만 버섯먹고 중독되어 고생했다던 얘기를 옆에서 듣고는 미련없이 돌아섰습니다.
어후오름에서 거의 내려 왔을 때, 어둑한 숲 속에 호롱불을 켜 놓은 것같이 화사한 동충하초가 부끄러운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동충하초는 곤봉 같은 작은 대에서 화사한 주황색 빛을 발하고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찾을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 신비한 자연의 현상을 보여 줄 기회가 주어졌으면 싶더군요. 

 이번 탐사의 피로와 무더운 날씨가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하는군요.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 토요일을 기대합시다.
아마 한라산도 우리에게 보여줄 무언가를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을 테니깐, 우리도 부지런히 봐 줘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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