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몰(馬),곶쉐(牛)를 아십니까
한라대맥 탐사단은 지난 17일 불칸디오름, 어후오름 탐사시, 곶몰(馬)이 배설한 말똥의 흔적을 확인했다. 한주 전 물장올 탐사시 오름남사면에 흩어져 있는 말똥들을 발견한 데 이어 물장올에서 불칸디오름으로 탐사해나가는 도중에 들른 태역뿌리 남쪽자락에서도 수많은 말똥들이 흩어져 있고, 배설된지 오랜 것 위에는 말똥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발견장소는 해발 900미터 고지대의 한라산국립공원지역으로 우마 사육이 불허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말똥이 발견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곶몰, 달리 말하면 산몰이 지나간 흔적이라고 설명할 밖에 다른 해석이 불가능해진다.
정말 모처럼 탁트인 산중개야(山中開野)를 만나 2시간 가까이 숲속에서 헤매던 심신의 피로를 덜어내고, 흥미로운 곶말의 흔적을 발견했으니 힘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곶몰이 어떤 말(馬)인가. 남도영 박사의 `제주도목장사'의 내용을 보면 1년내내 산에 놓아 방목하는 마소를 말한다. 산몰·산쉐라고 한다. 집에서 길들여진 짐승과 대비하여 야종(野種)이라 불렀다. 가장 사람의 노력이 덜 드는 자연 방목으로 이뤄진다. 1년내내 풀어놓아 기르는 종년방목의 대상이라고 나와 있다.
제주마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도 산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마을목장이나 개인목장에서 나간 말이 겨울철이나 봄철에야 되돌아오는데 어떤 때는 새끼를 데리고 올 때가 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했다. 일제시대까지 산마장 상잣 위쪽에서 종년방목을 행했던 교래리 주민들이나 봉성 장전리 등 애월읍 중산간 마을 축산농가들에게 듣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물장올 산자락과 살쏜장오리 자락 `테역뿌리' 지경의 산몰의 출처는 어느 목장인가. 아니면 아예 산속에서만 사는 주인없는 말그대로 산말인가
지금도 원시적인 제주말 방목 경험을 가진 목자(테우리)들이 중산간마을 중심으로 생존해 있을 터이고. 중산간지역 목장을 운영하는 축산농가들이 많이 있어 이들 중에는 물장올 주변 산말(馬)의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테역뿌리 숲가에 굵은 나일롱 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봤는데 이 곳에 출현하는 산말은 말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산말들이 사람들에 의해 일부러 이곳에 방목되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왜냐하면 중산간지대에 말 사육수에 비해 초지가 많이 있는데다, 국립공원법을 어겨가며, 그리고 관리하기가 어려운 넓은 한라산복판에 풀어놓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 출현하는 곶말들은 애초부터 스스로 새끼를 치고 그 명맥을 유지하는 산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자연법칙에 도통한 테우리들이 가끔 이곳에 와서 산말 생포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제주 한라산에 곶말 즉 산말이 존재한다는 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곶몰 곶쇠의 정의
1년내내 산에 놓아 방목하는 마소를 말한다. 산간지대 방목형태로 그 마소를 산몰 산쉐라고 한다. 집에서 길들여진 짐승과 대비하여 야종(野種)이라 불렀다.
가장 사람의 노력이 덜 드는 자연 방목으로 이뤄진다. 이를 종년방목이라고 하는데 1년내 풀어놓아 기른다.
이에반해 해안지대 중산간지대 방목형태가 있고 마소를 둔말·둔쉐라고 한다.
둔말· 둔쉐란 한 마을이나 동네에서 마소를 한 데 모아 떼를 짓고, 테우리들이 번갈아 가면서 방목하는 것을 말한다. 번쉐 쉐번이라고 부른다. 마소를 사육하는 일종의 계 형태이다.
당번인 목자는 새벽에 이집저집의 소를 다 내몰도록 해서 무리지어 목장으로 몰고나가서 종일 가꾸다가 저녁 때 다시 각각의 집으로 몰아다 준다.
2.곶말에 대한 주변이야기
곶말(산말)에 대한 남도영 박사의 논문과 전문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곶말 산말이 존재하게 된 것은 산간지대의 방목형태에 기인한다. 산악지대에 우마를 풀어놓아 전적으로 우마의 자유에 맡기는 사육방식이다.
산에서도 새끼를 낳아 대개는 봄에 올라갔다가 가을에 내려오게 되는데 말주인은 언제 새끼를 낳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때론 겨울내내 잃어버려 애를 태우다가 봄이 되면 새망아지를 이끌고 풀밭을 뛰어 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마소는 무작정 아무데나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산자락,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자유롭게 기르는 말들이지만 그렇다고 지난치게 멀리 가지는 않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자기 떼에 섞여 지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게 된다. 어쩌다 길 읿은 말이 한라산 중턱을 헤매거나 다른 마을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힘들여 찾아올 뿐이다.
일제시대 당시 교래리 같은 중산간 마을에서 일부 농가들이 이러한 종년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적한 산중에 특히 상잣 위에서 방목하는 우마는 점점 산위로 올라가 겨울에 큰 눈을 만나 죽기도 하지만 , 늘 방목해 오던 우마는 도리어 산정 가까이 오르지 않으며, 가을이 되면 스스로 내려와서 얼어죽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꼼짝 달싹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마소들은 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수가 없지 않다.
마소들이 눈속에서 꼼짝 달짝 못하여 그 주위만 맴도는 상황을 `통졸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구조하러 찾아 갔을 때는 마소 주위에는 눈이 녹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 깊이가 사람 키는 넘는 수도 있다. `통에 절어 있는' 마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연명하기 위해 주위의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눈이 많이내린 해에는 말떼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3.곶말·곶쉐에 대한 역사적 추론
탐라시대부터 말사육이 있어왔다. 각 목장간에는 담장이 없고 정상까지 통해 있어 말이 서로 왕래하는 과정에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점마(구마)할 때마다 다수의 도민이 모리꾼으로 징발됨으로써 넓은 한라산의 밀림과 계곡에서 말을 찾아야 하는 고통이 많았다. 농사철에는 많은 지장을 초래하였다.
산마장은 숙종 35년(1709년)에 6개 목장이 있었는데 숙종 때를 전후하여 침장 상장 녹산장으로 개편되었고, 녹산장내 갑마장이 후에 설치되었다.
산마장은 매우 광할하고 한라산 정상까지 통하여 구마때마다 3읍의 장정들이 동원되는데 폐단이 많았다. 숙종 29년에는 장정 6500명이 한라산 백록담으로부터 말을 몰아 3개의 산마장으로 가두는데 6~7일이 소요되어 군민이 큰 고통을 받았다.
정조 5년(1781) 무렵에 이르서서 목장 사이에 돌로 담을 쌓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10소장와 산장이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하지만 축담 후에 수초가 부족하고 장내가 좁아 말이 마음대로 뛰어 다닐 수 없어 말이 수척해지고 죽는 일이 속출하였다. 정조 6년 800여필이 죽었다고 하고 이후 정조 9년에 말이 다닐 수 있을 길을 말들정도로 담을 헐었다.
아무튼 상잣성 위 광할한 초지대는 제주말이 마음대로 뛰놀고 살찌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4.곶말·곶쉐 관리방법
산중에 풀어놓기 때문에 소유가 불명해지는 것을 방목하기전 낙인을 찍는다. 경계를 획정하지 않고 않고 방목하기 때문에 그 소유를 확실히 하기 위해 우마에 표시를 하는 것이다.
낙인은 대부분 대퇴부에 찍는데 간혹 귀에 귀표를 해놓는 경우 있다. 새끼가 태어나면 그해 여름철(아무데나 먹이가 많은 시기)에 자기 것으로 확인하기 위해 낙인을 찍었는데 무쇠로 만든 낙인도구를 달구어서 소마의 네발을 묶고 넘어뜨린 다음 엉덩이를 지진다.
새끼에게만 한한 것이 아니고 해가 지나면서 낙인이 희미해지기 때문에 다 자란 우마까지 낙인을 찍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