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3일 돌오름 흙붉은오름 한라대맥 탐사팀은 지난 7월 23일 성판악 등산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름인 흙붉은 오름을 탐사함으로써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서 한라산 동쪽 대맥 선상에 있는 오름 탐사를 마무리지었습니다. 한라대맥 탐사의 절반을 마친 셈입니다.
구름이 비껴간 사이 동쪽하늘 아래 펼쳐져 있는, 오름군들을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탐사를 해온 오름군들을 말입니다.
흙붉은오름 가까이에는 돌오름 사라오름 성널오름 어후오름 불칸디오름 살쏜장오름 태역장오름 물장오리 성진이오름이 좌우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논고악 보리악 동수악 물오름 궤펭이오름 넙거리오름 성진이오름 견월악. 물찻 말찻 붉은오름 여문영아리 물영아리 구두리오름 절물오름 봉개민오름 큰지그리 작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너머에 산굼부리 부대 부소오름 대록소록산 따라비 영주산까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조금 왼쪽으로 보면 우도소머리오름 종달지미봉 등 한라대맥 탐사 출발점들이 보일 듯 말듯합니다. 제주 동쪽 오름군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오름 관광 테마에 적합한 오름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에 천미천 송천 등이 흘러 목장형성을 용이하게 함은 물론 아미형이 많아 문필의 기상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제주인의 풍수신앙
탐사팀은 그 공간에서 제주인의 숨결을 들으려했고, 새로운 제주인의 정신을 발견하려 노력했다. 역사와 인문지리, 지세와 지질, 식생과 동물상 등 다양한 분야를 점검하였다.
이 중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제주인들의 풍수신앙이었다. 흙붉은오름 분화구 안쪽 사면에도 자그마한 묘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제주 제일의 명혈지라고 알려진 사라오름 분화구내 묘들이 산동(山東)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곳의 고산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선입견 임을 확인했다.
묘자리는 산자와 죽은자 관계에서 출발하는 요소중 하나다. 그저 묘를 쓸 때 지관에게 부탁하여 좋은 자리에 쓰는 것 쯤으로 알고 있었지만 한라대맥 탐사에서 분명히 느낀 것은 조상의 묘자리 선택은 제주인들에게 신앙과 같은 요소였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끼게 했다.
더욱이 어느 집안이든 좋은 자리에 묘를 조성한 이유로 묘들이 이 곳 저곳에 흩어져 있기가 다반사다. 태맥탐사를 하면서 이런 높은 곳까지 어떻게 묘를 썼을까 하는 묘들을 셀 수 없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개 죽은 자는 마을의 오름이나 공동목장 등에 묻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묘는 산자에 의해 일년에 한번 이상 벌초를 통해 관리된다. 벌초가 추석 명절전 무더운 늦여름철에 하는 일이라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상님들의 묘를 깨끗이 단장하는 일이기에 제주인들은 진정 즐거운 마음으로 연례행사를 치룬다.
그런데 오름이나 마을공동목장 등 언덕 등지의 묘들은 몰라도, 오름 꼭대기 부분에 있는 묘는 벌초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오름을 올라야 벌초를 할 수 있으니 접근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묘를 관리한 그 가족들은 벌초날을 하루정도는 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런 생각은 중산간 오름 탐사를 시작할 때부터 들게 되는데 백약이오름 정상이나 민오름 정상 비치미오름 좌보미오름 등 분화구마다 묘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오름들은 민둥이 오름이어서 오를 때 약간 고생하는 정도여서 정말 쉬운 쪽에 든다.
해발 600미터 이상의 오름군에도 여지없이 묘자리가 쓰여져 있다. 지금은 흔한 자동차가 나온 것이 20년전쯤이어서 우선 교통편이 쉽지 않았을 터이고,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까지 시신을 모셔와 묘를 쓴다는 자체는 왠만한 정성이면 불가능한 일이다. 명당(고산혈)자리를 찾아 조상을 모시고 발복을 기대하는 산자들의 신앙같은 행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요즈음 현대를 살아가는 산자들은 어떻게 하면 벌초행사를 편하게 통과할까하고 궁리하게 되고, 그래서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묘들은 한자리에 모아 가족공동묘지를 조성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생각자체가 천양지차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근래까지만해도 제주인들의 매장문화는 풍수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새삼 실감해본다.
1.풍수의 개념(신영대 2004)
風水란 字意的으로는 글자 그대로 바람과 물이며, ‘장풍득수藏風得水’즉 "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 " 라는 말의 風과 水를 따서 붙인 말이다.
바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유행하는 기운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地形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흘러 가므로 가장 낮은 공간을 형성하는 지대에서 이루어지는 액체를 말한다. 낮은 곳은 횡으로 바람이 유통하는 길이므로 기운을 경계짓는 곳이 된다.
하늘과 땅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하늘은 陽, 땅은 陰인데 하늘이란 지표면 바로 위에서부터 天體의 모든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陰이라고 한다면 공간의 天星인 태양은 곧 陽인 셈이다. 陽인 태양과 陰인 지구의 중간 공간을 연결하여 주는 흐름이 天氣이며 이 기운은 陰陽이 상호 교감되는 기운이며 동시에 바람의 현상을 발생시킨다.
옛 사람들이 " 水는 氣之母 물은 氣의 모체 " 라 했고, " 水는 氣之界 물은 기의 경계 " 라 하였다. " 일척고즉산一尺高則山 한 치라도 높으면 산이요, 일척저즉수一尺低則水 한 치라도 낮으면 물 " 이라고 하여 풍수학에서 말하는 水의 개념은 낮은 곳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높고 낮음이라 함은 땅을 지칭하는 말이니 땅은 山峰과 河川이 되는 것이다.
山은 높은 곳이 되고 川은 낮은 곳이 되니 풍수학에서 山은 龍이 되고 川은 水라하며 龍은 靜하여 음이 되고 水는 動하여 양이 된다. 음양의 균등한 형세로서 확실하게 이루어진 明穴이 훌륭한 局勢를 만난 곳이 우리가 말하는 明堂인 곳이다. 즉 산맥인 陰의 龍이 흘러가다가 陽인 물을 만나는 지점이 되면 멈추어 서게 되니 이곳이 地氣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2.제주 6대 명혈지(송성대 2000)
제주에는 담배씨 서말어치의 명당자리가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지관은 예부터 음택 명당 진혈지로 10대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6대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 10대 명혈지로는 제1사라, 제2개미, 제3 영실, 제4 한 대, 제5 반내, 제6 반데기, 제7 군산, 제8 한논, 제9 산방, 제10 병악을 든다.
더 많이 알려진 6대 명혈지는 제1 사라, 제2개미, 제3 영실, 제4 돝트명, 제5반데기, 제6 반내왓이라고 한다.
이 6대 명혈지중 사라 개미 영실 돝트멍 등 4개소가 산상혈지라고 불리는 고산명혈지다.
사라명혈지는 해발 1280미터, 개미목 명혈지는 해발 1480미터, 주자 부친묘로 불리는 영실 명혈지는 1450미터, 돝트멍 명혈지(장구목 사면)는 1640~1900미터에 분포한다.
제주섬에서 하늘아래 첫 분묘는 돝트멍 명혈지 바로 위 백록담 북서벽 바로 아래에 있다.
평면적으로 보면 고산 명혈지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방향으로 형성된 네갈래의 능선 지맥을 따라 분포하고 있고, 모두 등산로와 인접하고 있다.
3.고산명혈지와 한라산
장풍득수에 나온 풍수라는 개념이 후손들에게 복을 내려달라는 풍수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전수돼왔지만 화장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에서 그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좋은 명당이 찾아지더라도 묘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토지규제 등으로 인해 그전보다 희박하다. 다만 최근까지도 명맥을 이어왔던 제주의 풍수신앙을 엿보는데 고산지대의 묘들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혈처 즉 명당을 찾으려면 산세와 지기를 알아차려야 한다. 거기에는 지형 지세 수기를 꿰뚫는 숙달된 감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에선 풍수지리학을 심미지리학 종교지리학 기지리학 예술지리학 기예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오름오르기를 즐기는 이에게는 풍수 지식은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한라산을 비롯하여 수많은 오름에는 풍수사상이 깃들어 있다. 오름 이름을 헤아려보다보면 풍수사상에서 유래된 것이 심심치 않게 많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제주인과 풍수사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