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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      臾�  한라산과 `겐테의 언덕'

 한라산에도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영실 분화구 가장자리에는 오색의 단풍이 물들고 있어 곧 가을을 만끽하려는 등반객이 이 골을 매울 것이다.
 영실 B코스를 따라 탐사에 나섰다. 누운오름과 새끼오름,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영실 B코스는 70년대까지만 해도 한라산의 주 등반로였다. 이 등반로는 기록으로 볼 때 한라산의 등반로중 가장 먼저 개설된 코스였다. 역사속에 등장하는 선인들의 한라산기행은 대부분 이 코스를 이용한 등반이었다.

 영실 휴게소에서 동남쪽 능선을 타고 가는 이 등반로 주변은 한라산의 가장 빼어난 경승을 간직한 곳이다. 그림과 사진을 통해 우리 눈에 익숙한 영실오백나한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지금은 폐쇄된 등반로다. 잔뜩 녹슬은채 길가에 서있는 안내판이 이곳이 한때 등산코스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경승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부르는 이름이 없다. 다만 영실 오백나한 정도로만 부를 뿐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물은 이름을 붙여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탐사팀은 이곳을 `겐테의 언덕'으로 부르기로 했다. 옛 어른들도 이곳에 이름을 붙이기는 했다. `좌선암'이 그것이다. 하지만 좌선암은 마치 스님이 좌선하는 듯한 형태를 띤 특정한 바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일대를 포괄하는 명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겐테의 언덕'은 독일인으로 지리학박사이면서 당시 독일 퀼른신문의 동아시아 특파원이기도 했던 지그프리트 겐테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1999년 1월1일자 한라산 대탐사 첫회에 이미 소개된바 있지만 그는 1901년 이재수난이 진압된 직후 서양인으로서는 물론 외국인으로 한라산을 처음 등정한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더구나 그는 두개의 다른 측량기구를 직접 들고 올라 한라산이 1950m임을 처음으로 측정, 기록을 남김으로써 한라산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영실코스를 따라 한라산을 오르며 `수행굴'에서 두번 야영했다는 기록도 남기고 있다. 그런데 한라산대탐사팀이 2001년 11월 기록으로만 전해오던 수행굴을 찾아냈을 때 그 굴 한귀퉁이에서 그의 자취가 담긴 깨진 잉크병(Saifor ink)을 발견한바 있다.(그 잉크병은 현재 한라산연구소엣 보관중이다). 
 그는 영실코스를 따라 산정으로 오르는 동안 3번에 걸쳐 기록과 기구의 테스트를 겸한 고도측정을 하기도 한다.

 영실의 가장 빼어난 지역을 `겐테의 언덕'으로 지칭하는 것은 그만큼 겐테의 자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산벗, 또는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겐테의 언덕'을 가리키며 겐테와 한라산의 이야기를 나누자. 그래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한라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더구나 한라산은 이미 제주와 한국인들만의 산은 아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섬생물권보존의 핵심지역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으려는 명산인 것이다. 이제 한라산도 세계를 향해 의미있는 손짓을 보낼 때다.
                       단장/ 강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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