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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      臾�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빗줄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와 현관문이 덜컹거린다.
눅눅한 습기 마저 깔려 있어 마음이 축 쳐져있다.
온몸이 다 쑤셔온다. 
팔, 다리, 어깨... ...

4월 27일 대한산악연맹 산하에 있는 등산 학교에 입학을 했다.
망설임 끝에 내린 결정이라 끝까지 열심히 훈련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취미생활과 건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산과 오름을 오르는 동호인들이 자꾸 생겨 이에 산악연맹에서는 산에 대한 정보나 위급시 구조 활동, 응급 조치, 또한 곁들여서 제주도의 생태, 지질, 식물, 역사, 신화 등을 체계적으로 익혀 한라산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더 크게는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는 훈련 과정으로 등산 학교가 개교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2주간 이론 교육을 받고, 5월 14일 입학식과 함께 첫 번째로 관음사에서 1박 2일의 야영합숙을 하였던 것이다.

열 한시가 넘어서 취침을 했지만 고요한 적막감에, 풀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 하여 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다섯시 기상과 함께 약 2km의 구보로 이어지는 둘쨋 날의 훈련이 시작 됐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일곱 시부터 40명의 학생들은 3개조로 나뉘어 등산이 시작된다.
동 탐라계곡 팀, 서 탐라계곡 팀, 학사코스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코스인 것을 알지만, 우리 팀은 학사코스로 왕관능까지가 목적지다.
한라일보에서 기획한 `한라대맥을 가다` 팀에 합류해서 20여 개월간 오름을 다니며 어느 정도의 준비는 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잠을 설친 상태에서 경사진 길을 조릿대에 채이며 앞으로 전진하는 게 쉽지가 않다.
목적지가 보일 듯 보일 듯 하다가 한 능선을 오르면 또 다른 능선이 앞에 버티고 있고, 이 능선만 넘으면 목적지일까 숨을 몰아쉬면 다시 넘어야 하는 산등성이가 나타나고,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니 아침구보를 하느라 지쳐있는데 한 발 한발 내딛는게 여간 힘들지가 않다.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끝에서 맴돈다. 

잠시 쉬는 시간에 흐르는 땀을 식히며 주위를 살펴봤다.
온 산하가 초록색으로 곱게 단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 진다.
제주도 상징인 참꽃이 활짝 핀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고, 구상나무 숲 속엔 휘파람새가 반가이 노래하는 소리도 들린다. 
설앵초, 흰그늘용담등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도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려는 듯 여기 저기서 웃음 짓고 있다.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애써 올라 온 보람이 여기에 있었구나!
멀리 깎아지른 듯 한 바위 절벽에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한 왕관능이 턱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웅장함에 숨이 막힌다.
제주의 옛 선인 탐라인 들도 그 옛날, 이 산하를 누비며, 저 장엄한 모습을 보고 환호했을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인생이 덧없음을 자연과 함께 이야기했을까?
억겁의 세월을 안고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자연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 짐은,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고 있는 내가 너무도 작아지는 느낌에서다.
고고한 자태로 모진 풍파를 겪고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너의 고통쯤은 능히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라도 받은 듯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잠시 시선을 하늘가에 두고 크게 숨쉬기를 해 본다.
산의 정기가 내 폐부 깊숙이로 스며들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기 과시가 아니며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가혹한 도전이다. 
위험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도전한다는 것은 나와의 싸움이고 정신력과 체력의 시험장이기도 하다.
등산 학교에 입학을 하고 수료식까지의 과정이 나에게 있어서는 많은 의미가 있는 시간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만 다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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